형사소송에서 유죄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검사는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법원에 각종 증거자료를 제출합니다.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자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각종 조서들인데, 위와 같은 조서들이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서 법원에 제출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능력’이 존재해야 합니다. 즉, 만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증거자료는, 법원에 제출할 수 없고, 법관이 이를 재판의 자료로 참작해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만일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진술서에 수사과정의 기록이 누락되었다면, 이러한 자료에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최근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진술서를 작성하였지만 수사기관이 그에 대한 조사과정을 기록하지 아니하여 형사소송법상의 절차를 위반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수사과정에서 진술서가 작성되었다 할 수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전 강원도지사 불법정치자금수수사건 판결에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한다는 것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에 대한 조서 작성 과정에서 지켜야 할 형사소송법이 정한 여러 절차를 준수하고 조서의 작성 방식에도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7757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5항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법리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44조의4 제3항, 제1항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가 아닌 자를 조사하는 경우에는 피의자를 조사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사장소에 도착한 시각,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에 조사과정의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서에 기록하거나 별도의 서면에 기록한 후 수사기록에 편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피의자가 아닌 자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 조사과정을 기록하도록 한 취지는 수사기관이 조사과정에서 피조사자로부터 진술증거를 취득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그 과정에서의 절차적 적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수사에 필요하여 피의자가 아닌 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진술을 청취하여 증거로 남기는 방법으로 진술조서가 아닌 진술서를 작성․제출받는 경우에도 그 절차는 준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형사소송법의 규정 및 그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진술서를 작성하였지만 수사기관이 그에 대한 조사과정을 기록하지 아니하여 형사소송법 제244조의4 제3항, 제1항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수사과정에서 진술서가 작성되었다 할 수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2015. 4. 23. 대법원 2013도3790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