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B의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한 후 B의 명의로 사업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B는 C와 사이에서 설비를 제작하여 납품하기로 하는 제작물공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C는 계약명의자인 B를 위 사업체의 대표로 알고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A가 실제 대표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A는 이후 신용을 회복하는 등 자기명의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자, B로부터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수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B 명의의 사업자등록의 폐업신고를 하고, 종전과 같은 상호로 자신을 대표자로 하는 사업자등록을 한 후, C에게 이러한 사정을 설명하면서 본인이 종전 설비계약을 그대로 이행할 것을 설명하였고, C가 이에 대하여 달리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C가 아직 설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면, C는 A와 B중 누구에게 설비대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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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면, C는 B가 계약당사자임을 이유로 설비대금을 청구할 수 있고, A에게는 B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채무인수인임을 이유로 설비대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즉, C는 A, B 모두에게 대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실관계를 가지는 사건에서(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897 판결 참조), ①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해서는,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당사자로 확정해야 하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경위 등 그 계약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B와 C를 설비계약의 당사자로 인정하는가 하면(C는 A가 실질적인 계약당사자임을 모른 채 B와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만일 C가 A의 존재에 대하여 알았다면 결론을 달리 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②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한 후 그 타인의 사업자등록명의를 자기 앞으로 변경한 경우, 그 행위자가 그 타인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으므로, 결국 C는 계약의 상대방인 B에게, A와 B사이의 위 채권양도·양수와 무관하게 여전히 계약당사자로서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고, 더불어 B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A에게도 채무인수인으로서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